첨밀밀(1996) 영화리뷰: 장만옥 · 여명,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이 엇갈린 사랑과 재회가 애절함을 완성합니다.
〈첨밀밀〉을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사랑 영화였다”는 말만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분명 있었는데도, 그 사랑이 영화처럼 반듯하게 완성되지 못했던 이유들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부제 ‘Almost a Love Story’는 끝나고 나서 더 정확하게 들립니다. 이 작품은 결국 사랑과 인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사랑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었던 삶의 방향까지 함께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영화정보 한눈에 보기
제목: <첨밀밀> (1996)
부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주연: 장만옥(이요), 여명(소군)
상영시간: 118분
‘Almost a Love Story’로 보는 〈첨밀밀〉: 결국 사랑과 인연에 관한 이야기
부제를 염두에 두고 보면, 〈첨밀밀〉의 핵심은 “사랑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랑이었지만, 사랑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었던 삶입니다.
소군과 이요는 홍콩으로 상경해 직장을 구하고 버티는 것이 먼저인 사람들입니다. 서로에게 마음이 가는 건 분명한데, 소군에게는 약혼녀가 있고, 이요는 돈을 벌기 위해 젊음의 패기로 하루하루를 견딥니다. 그래서 둘의 감정은 쉽게 확정되지 못한 채, 좋아함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 흔들립니다.
이 관계가 애틋한 이유는, 두 사람이 감정에 솔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감정에 솔직해도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 순간들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첨밀밀〉은 “고백하면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좋아하지만, 끝내 말로 닿지 못한 이유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말’이 아니라 ‘노래’로 먼저 새어 나오는 순간이, 바로 자전거 길 위의 등려군 ‘첨밀밀’입니다.
가장 찬란하고 예뻤던 순간: 자전거 길 위 ‘첨밀밀’ (등려군의 노래)
이 장면은 〈첨밀밀〉의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소군이 이요를 자전거로 바래다주는 길,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등려군의 ‘첨밀밀’을 이요가 따라 부릅니다. 그리고 소군도 그 노래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같이 흥얼거립니다.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두 사람이 그 순간만큼은 사랑을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사로 “좋아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같은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그 짧은 시간만으로 마음이 전달됩니다. 저는 그때의 감정이 오히려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순수했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것저것 재지 않아도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산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냥 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충분했던 시간. 어쩌면 두 사람에게 그 순간들이, 훗날 돌아봤을 때 가장 찬란하고 예뻤던 시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등려군의 노래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OST가 아니라, 감정의 온도계처럼 작동합니다. 노래가 흐르면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노래가 멈추면 다시 현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첨밀밀〉은 “음악이 예쁜 영화”가 아니라, 음악이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영화로 남습니다.
엇갈린 사랑이 슬픈 이유: 순수함이 현실에 닳아갈 때
하지만 이런 순수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삶은 계속 ‘선택’을 요구합니다. 돈, 체류, 미래, 관계의 책임… 이런 것들이 쌓이면, 처음의 감정은 그대로인데도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영화가 가장 잔인한 지점은 여기입니다. 사랑이 식어서 멀어진 게 아니라, 상황이 사람을 밀어내고,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처음처럼”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첨밀밀〉의 엇갈림은 드라마틱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실의 압력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점이 너무 현실적이라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됩니다.
(스포일러) 표형을 만난 이후, 사랑은 ‘감정’에서 ‘방향’이 됩니다
이요가 표형이라는 또 다른 인연을 만나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흐름을, 단순히 “변심”으로만 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현실이 순수함을 벗겨내기 시작하면, 사람은 때때로 사랑을 “감정”으로만 붙잡지 못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을 옮기게 됩니다.
그 선택이 아름답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인간적이라서, 오히려 더 씁쓸하게 납득이 되어버립니다. 영화는 이 지점을 멋있게 포장하지 않고,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얼굴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관객은 더 아프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재회가 더 애절한 이유: 반가움 뒤에 밀려오는 감정들
아래부터는 후반부 재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 없이 읽고 싶다면 여기서 멈춰도 좋습니다.
[후반부 내용 포함] 재회 감상 펼쳐보기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의 만남, 즉 재회는 이 영화의 감정을 마지막까지 끌어올립니다.
재회는 원래 달콤해야 합니다. “다시 만났으니 이제 행복해질 거야” 같은 약속이 따라붙기 쉽습니다. 그런데 〈첨밀밀〉에서 재회는, 반가움 다음에 더 큰 감정이 몰려옵니다. 왜냐하면 재회는 감춰왔던 감정, 혹은 잊혔다고 믿었던 감정을 다시 꺼내는 동시에, 그 감정이 왜 끝까지 닿지 못했는지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남습니다.
이요에게 소군은 첫사랑이었을까요? 소군에게 이요는 계속 함께하고 싶었던 감정이었을까요?
재회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그 질문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서, 관객이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시작했는데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오히려 더 애절하게 보였다고 느꼈습니다. 반가움이 크면 클수록, 그동안의 공백이 더 크게 보이니까요.
〈첨밀밀〉을 더 깊게 보는 감상 포인트 3가지
- 사랑 장면보다 ‘생활 장면’을 보세요
일, 방, 돈, 거리 같은 장면들 속에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고백보다 생활에서 사랑을 키웁니다. - 등려군 노래가 나올 때 표정과 거리감을 보세요
‘첨밀밀’이 흐를 때 두 사람의 표정은 말보다 정확합니다. 노래가 감정의 자막이 됩니다. - 재회를 “운명”이 아니라 “우연”으로 느껴보세요
홍콩에서 시작된 인연이 세월을 건너 미국에서 다시 마주친다는 건 기적 같지만, 어쩌면 삶이 슬며시 등 떠밀어 준 ‘우연 같은 만남’ 일수도 있습니다.
결론: 〈첨밀밀〉은 “사랑이었지만, 사랑만은 아니었던” 이야기입니다.
〈첨밀밀〉은 결국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사랑은 영화처럼 반듯하게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비슷하니까요. 좋아했던 마음은 진짜였는데, 선택은 늘 복잡했고, 타이밍은 종종 늦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첨밀밀〉의 재회를 달콤함으로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애절함으로 기억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감상을 남겨주세요.
비슷한 결의 90년대 감성 멜로를 좋아한다면, 제 블로그의 ‘90년대 영화·애니 아카이브’ 글들도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첫 글로는 <러브레터>리뷰부터 읽어보셔도 좋아요.
다음 리뷰에서는 “엇갈림이 만든 감정의 잔향”이 더 강한 작품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다음 리뷰는 〈접속〉(1997)입니다. 전도연·한석규의 감정선이 또 다른 결로 오래 남는 작품이라 이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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