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 최초의 시화 수필집 파한집
파한집은 고려 중기 문신 이인로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시화 수필집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화집으로 신라와 고려에 걸쳐 여러 풍속과 일화를 담고 있어 문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동양 문학에서 시의 역사 보여주면서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며, 시학의 근본 문제까지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귀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파한집은 시화를 모은 책입니다. 시를 짓는 데 따르는 일화에 시평을 곁들이고 작가론이나 문학 일반론까지 곁들여 구성했습니다. 일종의 수필입니다. 파한집은 상, 중, 하 세 권으로 엮여 있는데, 구체적으로 상권 25화, 중권 25회, 하권 33화로 총 83화입니다.
2. 최초의 평론집
여기에는 시, 문, 그림, 글씨, 역사, 인물, 지리, 풍물에 대하여 두루 기록하면서 한 시에 관련된 시화와 당대 이인로와 교류한 문인들과 문담, 옛 풍속이나 평양과 개경의 산하와 인물, 궁정과 사관 등 풍물을 기록하며 시로 연결하며, 자작시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문학을 보존하기 위해 틈틈이 모은 시들과 문인들의 동향을 기록해 나갔는데, 이런 노력의 결정체가 바로 파한집입니다.
이인로의 문학적 고백을 담고 당시 문단의 증언을 엮은 단편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문학사에서 수필적 평론집으로 최초의 것으로 규정하면서 13세기 고려 문단에 혜성처럼 빛나는 평론집의 효시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평론집이라 그만큼 역사적 가치가 가지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이 중 상권에 나오는 부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옛 전설에 "지리산 속에 청학동이란 곳이 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너무 좁아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이다. 기다시피 하여 수십 리쯤 들어가면 비로소 넓은 곳이 나타난다. 주의는 모두 기름진 밭과 땅으로 되어 있어 씨 뿌려 농사짓기에 알맞고, 우거진 숲속에는 푸른 학이 살고 있어 청학동이라고 부르고, 대개 이곳은 옛날 현실 도피적인 선비들이 살던 곳으로 아직도 가시덤불 속 빈터에 허물어진 담과 무너진 웅덩이가 더러 남아있다.
두류산은 드높이 구름 위에 높이 솟고 온갖 바위와 골짜기는 회계산처럼 아름답구나. 지팡이에 의지하여 청학동을 찾으려 하였으나 속절없는 원숭이 울음소리만 숲속에 들리네
누각은 희미한데 삼산은 안 보이고 이끼 낀 바위에 글씨 넉 자만 희미하구나.
도화원은 진실로 청학동과 다름없는 것이다. 어찌 유자기같은 선비를 데리고 가서 찾을 수 있겠는가? "
여기까지 파한집의 일부입니다.
이 외에도 경주의 옛 풍속을 기술하고 평양의 산하와 인물을 묘사하며, 수도인 개경의 궁궐, 사원들의 풍물을 기록하고 있어 일반적인 고려문화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별개로 역사상의 빠진 일들을 기록하고 있어 역사 연구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인로가 파한집에 우수한 문인들의 시가와 작품들을 남기지 않는다면 후세에 전해지지 않고 잊힐 것을 염려하여 엮은 책입니다. 잊히지 않고 작품으로 남겨져 그 가치를 빛내고 있으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인로는 산문에서든 시에서든 용사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용사란 과거 명문의 표현이나 관련 사실을 자신의 의도대로 재활용하는 창작 방식입니다. 즉 문학의 고전적인 규범과 가치를 배우되 혁신할 줄 알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성향을 띠었습니다.
그렇기에 문학 수련의 가장 좋은 방법은 옛사람의 명문을 읽어서 자기 것으로 하는 데 있다고 하는 거 같습니다.
옛사람들은 비록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감히 경망스럽게 손을 놀리지 않고, 반드시 갈고닦은 공을 더한 다음에야 광채가 생기도록 해서 무지개처럼 천구를 빛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수련을 쌓으며 애써 갈고닦아야 한다며 글자 한 자 한 자를 안배하기에 밤낮으로 힘을 다한 사람, 한 해 동안 시 세 편만을 써서 줄곧 고치기만 한 사람의 경우까지 예를 들었습니다.
그는 "세상일 중에 빈부나 귀천으로 높고 낮음을 정할 수 없는 것이 오직 문장뿐이다. 대개 완성된 문장은 해와 달이 하늘을 곱게 하고 구름과 안개가 공중에서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 같아서 눈이 있는 사람은 보지 않을 수 없고, 가려버릴 도리는 없다"라고 말하며 예술 지향적인 신념을 표현했습니다.
해와 달처럼 구름과 안개가 공중에서 모였다 흩어졌다. 이런 아름다운 표현은 고전 문학을 열심히 읽고 배우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을 저술하며 비평문학의 길을 한국 문학사에 연 그는 나름의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현재도 자신의 글 안에 문학 속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3. 파한집 이후의 영향력
파한집이 나온 이후 파한집의 속편 격으로 보한집을 고려의 문인 최자가 만든 책이 나왔습니다. 파한집에 없는 소외된 작품들을 수록하고, 문인 최자 시대에 새로 나온 시도 다수 포함해 범위를 넓혀서 나왔습니다.
보한집은 다른 어느 시화보다 문학론이 풍부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언어적 표현미를 강조한 이인로보다는 새로운 뜻의 창출을 역설한 이규보 계열의 입장을 옹호하며 이론을 알려 나갔습니다. 문학, 원론, 문학사, 문학의 갈래, 문체론, 품격론 등 문학의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최자의 우상이기도 했던 이규보는 한 가지에 집중하기보단 여러 품격을 두루 갖추는 것이 좋다는 품격론에 주목하였습니다.
최자는 이인로와 이규보 사이의 논쟁을 의식하면서 이규보의 노선을 자기 나름대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책이 단순 자료집이 아닌 일정한 문학관을 반영한 것입니다. 보한집은 문학 비평서라고도 불렸는데 21종의 품격을 들어 등급을 나누며 예가 되는 시를 열거하였습니다.
고려시대의 문인들이 진지하고 치열한 논쟁이 최초의 시화 수필집 파한집과 문학 비평서인 보한집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국의 고전문학은 문인들을 통해 발전하고 확장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쉽게 접하기도 어렵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에 서양 고전 문화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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