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정신현상학이 되기까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신학교를 다니며, 그리스비극 작품을 즐겨 읽었으며 프랑스혁명에 환호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칸트를 연구하며 영향을 받고 휠덜린의 영향으로 독일 개혁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셀링의 영향으로 낭만주의 철학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헤겔은 결국 낭만주의를 극복하여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종합을 통하여 자신의 철학을 체계화하려 시도하였으며, 그 결실이 정신현상학이었습니다.
헤겔은 베를린 대학교 철학 교수로도 일하였는데, 그의 철학이 계몽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개혁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낭만적 요소를 비판하여 보수적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를린 대학에서 젊은 지식인들을 지도하며 개혁 성향의 귀족들이 원하는 대로 독일의 지배적 철학으로 자리 잡아갔으며, 계몽주의에 기초하여 독일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후일 헤겔 좌파로 발전하였습니다.
헤겔은 전통에 따라 책 출판 당시 예비학 이라는 성격을 띈다고 말했다. 칸트도 진리를 다루기 위한 도구로 인식 능력에 대한 비판이 우선적이라 하며 예비학으로 '순수이성비판'을 작성했던 바 있다.
그런데 인식 능력의 비판은 중대한 난점을 가지고 있다. 만일 자기 나름대로 하나의 입장을 절대적인 것으로 정해서 다른 입장들을 비판한다면, 이는 주관적 비판이며 자기 자신의 입장에 대한 자기비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헤겔은 주관적 비판이 아니라 객관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관점이 스스로 자기를 빞나하고 이를 극복하여 다른 관점으로 넘어가는 과정, 즉 역사적 과정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헤겔은 이러한 인식 능력의 역사적 자기비판 과정을 생성하는 거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헤겔의 정신 현상학은 근본적으로 인식론에 관한 책입니다.
정신형산학에서 헤겔은 각 단계의 인식 능력을 자기의식이라는 개념으로 포괄하였다. 원래 자기의식이라는 개념은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에서 인간 인식의 본질적 특성으로 제기했던 개념이다. 즉 인간의 사유는 동물적 지각과 달리 스스로 의식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일 슬프다면 나는 내가 슬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동물은 슬픔 속에 있더라도 자기가 슬픈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인간이 느끼는 것과 같은 슬픔이 아니다.
칸트는 데카르트의 자기의식의 개념을 발전시켜, 그의 선험 철학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칸트에 따르면 오성의 범주가 직관의 다양을 규정함으로써, 객관적인 인식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직관 속에 주어지는 것은 시간적으로 흘러가는 개별적인 인상들의 계기적이거나 병존적인 복합체에 불과합니다.
만일 두 개의 인상이 반복적으로 병존하게 되면, 이제 이 인상들은 오성의 변주들 가운데 인과 관계라는 변주로 규정됩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 인과적 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데, 사실은 이 객관성이란 오성의 범주에 의해 규정됨으로써 발생한 것에 불과합니다.
헤겔은 데카르트, 칸트로 이어지는 자기의식의 개념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특히 칸트에서 자기 의식이 객관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역할을 강조합니다. 헤겔은 칸트가 이처럼 철학의 주요한 원리, 즉 선험적 원리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한계점을 지닌다고 봅니다.
그 한 가지는 칸트에서 자기 의식은 감성이나 오성과 같이 인식 능력에만 제한되었다는 것입니다. 헤겔에 의하면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주요한 능력이 실천 능력, 즉 욕망이나 자유 의지와 같은 실천적 의지인데 이것 역시 자기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므로 헤겔은 자기의식이란 이론적 의식과 실천적 의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헤겔은 인간의 이론적 인식은 실천적 의지를 매개로 하며 거꾸로 실천적 의지는 이론적 인식을 매개로 하므로, 이 양자는 통일적으로 파악되어서 세계에 대해 인간이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헤겔은 이런 의미에서 자기의식을 정신이라 규정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인식론이나 이성 비판이 아니라, 정신의 현상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입니다.
경험도 자기의식이다.
경험도 자기 의식이라는 헤겔의 주장은 진리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진리는 대상과의 합일이다. 그런데 대상이 우리 밖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한, 즉 대상성을 지니는 한, 대상과의 합치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인식과 대상은 서로 다른 것이기에 양자는 닮을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대상성, 즉 객관적 존재라는 양상이 제거되어야 한다. 객관적 존재라는 양상이 제거되면 될수록 우리는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객관적 존재의 양상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이 영역은 진리의 영역이 됩니다. 이 영역은 진리가 환하게 빛나는 터전입니다.
대상의 대상성은 사실 감각 지각과 같은 경험적 자기의식에 대응합니다. 여기서 경험은 수동적 인식 능력으로 오인되면서, 이것에 자료를 제공하는 물자체라는 대상성의 가상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험이 이제 자기를 인식한다면, 경험은 이미 대상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대상성이라는 양상은 제거됩니다.
대상의 대상성이라는 양상은 비단 경험적 인식 능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의 다양한 단계, 그 매번의 인식 능력과 실천 능력에는 자기 나름대로 고유한 대상성의 양상이 나타납니다.
그것은 때로는 종교적 믿음의 대상으로 신적 존재와 같은 대상성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또 때로는 그것은 소외된 사회적 현실, 즉 국가 권력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헤겔은 심지어 미적인 현상조차도 나름대로 고유한 대상성을 지닌다고 봤습니다. 정신의 역사적 비판 과정은 이런 복잡한 대상성의 영역을 비판적으로 통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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