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의 서론에서 시민적 또는 사회적 자유의 문제를 탐색하여 개인의 개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여론이 개입할 수 있는 정당한 범위의 설정을 과제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는 우선 자유를 정치적 지배자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느 정도 실현시킨 당시의 민주주의적 성과를 상기시킵니다. 그와 동시에 그 결과로 나타나는 다수자의 압제 혹은 전제라는 새로운 사회적 해악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합니다. 즉 자유에 대한 은밀한 침입이 현대 사회를 위협하는 반면, 인간의 존엄성과 그를 지키기 위한 자유가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중의 횡포로부터 군주정의 횡포에 뒤이어 평범함과 획일성을 강요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말살시키려는 경향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기준의 설정이라는 과제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밀은 자유를 정당하게 제한하기 위한 매우 단순한 한 가지 원리로써 자기방어의 원리를 제시하고, 이와 함께 인간 자유의 본래의 영역을 제안합니다.
그 첫째는 양심의 자유, 즉 사상 및 의견과 감정의 절대적인 자유이며, 다음은 기호의 자유 및 목적 추구의 자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자유로부터 개인 상호 간의 단결의 자유가 파생된다고 합니다.
토론의 자유에 대하여
두 번째 장인 "사상과 언론의 자유에 관하여" 에서 밀은 인류의 정신적 행복을 위해 토론의 자유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그는 네 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논쟁과 비판, 반증의 자유가 진리를 담보하는 조건임을 설파합니다. 우선 침묵을 강요당하는 어떤 의견이 진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둘째로 설사 그 의견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진리의 일부분을 포함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널리 인정되는 의견이라 하더라도 진지한 논쟁이 없으면 그 합리적인 근거를 파악하고 납득시키는 데 장애가 생길 것이며,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토론을 동반하지 않는 교설은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고백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밀은 여론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여론이 사회적 불명예를 가중시킴으로써 인간 정신의 도덕적 용기를 희생시키고 논쟁을 위축시킴으로써 법적 형벌과 마찬가지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의 억압적인 면모는 토론을 거부함으로써 불행과 오류를 초래하는 이른바 '절대 무오류성의 가정'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반대편에서 제시할 수도 있는 주장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문제를 결정하려는 태도인바, 밀은 그 실례를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처형에서 찾는다. 그는 또한 '절대 무오류성의 가정'의 또 다른 예를 로마의 오현제 중 한 사람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서도 찾아내 지적한다. 이 뛰어난 인물은 결백한 정의감과 부드러운 마음씨에도 불구하고 당시 로마의 사회적 통합과 로마의 신들에 대한 의무 때문에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밀은 심지어 예수 및 기독교의 절대 무오류성을 가정하는 기독교인들의 태도 역시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복음서 또한 완전무결한 진리가 아니라 재래적인 도덕에 기반을 둔 구체적이지만 불완전하고 일면적이며, 소극적인 금욕주의에 대한 우상화로 일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밀은 상충되는 학설과 의견을 무리하게 통합함으로써 다양성의 범위를 좁혀 가는 것도 위험하고 해로운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이와 상반되는 태도, 즉 반대자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그에 반박하기 위한 논리를 갖추고자 하는 것이 모범적인 태도라는 것입니다. 항상 열정을 가지고 반대자의 주장을 연구했던 고대 로마 최고의 웅변가 키케로, 성직자들의 지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에 힘썼던 가톨릭교회, 소크라테스의 변증법과 스콜라 철학의 토론 방식 등의 그 역사적인 실례들이다. 반면, 일반 여론은 의견의 자유로운 발표를 위한 공정한 토론의 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적 토론의 참된 도덕은 반대자들의 의견을 냉정하게 관찰하여 정직하게 진술하고 반대편에게 불리할 내용은 과장하지 않고 유리할 내용은 은폐하지 않는 것입니다.
개성에 대해
세 번째 장인 "사회 복지의 한 요소로서의 개성에 대하여" 에서 밀은 자신의 주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자유와 그것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일반 사회에 대해서 고찰합니다. 밀은 전통과 관습을 협소한 범위에 국한된 추정 증거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므로 전통과 관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도덕적인 선택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정신 활동 등 인간에게 부여된 제반 능력의 육성을 가로막고 개인의 자발성에 내포된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행복과 발전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밀이 당시의 사회가 인간의 강렬한 욕망이나 자연적인 소박한 즐거움은 물론, 의견이나 감정 등 인간의 개성을 이루는 요소에 대해서 상당히 억압적임을 목도한 것입니다. 그는 신의 의지든 인간의 명령이든 개성을 파괴한는 것은 모두 전체적인 것이며, 개성의 파괴는 인습화를 초래하여 문명을 사멸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의 천재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오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라고 보았던 밀은 훔볼트의 말을 인용하여 영국을 비롯한 서양 세계는 동양과 달리 환경의 다양성과 자유를 바탕으로 진보해 왔음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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